푹푹 찌는 한여름 낮..
희현이 집은 아수라장.
뭔가 해볼려는 누나옆을 지겹도록 졸졸졸 따라다니며 훼방놓는 현이땜에 소희짜증소리 그칠새 없고.
엄마의 화내는 모습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현이를 향해 다시한번 고래고래 소리치는 내 목소리에 집이 쩌렁쩌렁 울리고..
웬일로 쬐금 일찍 낮잠을 청해주는 현이가 오늘은 눈물나게 고맙고..
와!잔다..소희야..모하고 놀까?했더니
오랫만에 나우시카 볼래..한다.
웬일이셔? 오늘은 오누이가 쌍으로 엄마를 감동시키는 날!
고맙다.내 딸..하며 플레이어를 on했더니
눈에 익은 CD가 꽂혀있고..
보는 순간 내 기억은 지난 주말로 되돌아가며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지어진다
지난 일요일 외출전 설거지며 집안 정리를 하면서
랑님에게 "뮤직끄 좀 틀어줘봐아"하고 외쳤더니
이내 들려오는 음악..소프트 팝이 참 좋았었는데..
들으면서두 너무 귀에 익어서 결혼전 내가 구입했던 음악인가?하며 행복해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건
연애하던 시절 랑님이 내게 주었던 음악선물들중의 한장이었다니..ㅜㅜ
이 아짐 정말 해도 너무한다.
그 음악들조차 기억해내지 못하는 이 무덤덤함이..순간 원망스럽다.
틈만나면 랑님에게 "속아서 결혼했어..증말..연애하던 시절의 백분의 일만큼만 해줘두 내가 행복할텐데"하며
푸념을 늘어놓았던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부부간의 사랑을 쌓아가는 길이 이게 아닌데..라고 항상 고민하면서도 육아의 힘겨움때문에
랑님앞에선 너무도 당당하게 나의 부족함보단 그의 잘못됨을 지적하고 있는 이기적인 나의 모습..
순간 미안해진다..누군가에게..
결혼 전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나?라고 되물어질만큼
넘치는 사랑을 내게 주었던 사람이었는데..
한여름 낮
열씸히 TV를 보고 있는 딸 옆에 앉아
지난날 받았던 음악선물들을 펼쳐놓고
많은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어리석고 이기적인 지금의 모습을 자책하는 나.
헤아릴 수 없을만큼 행복했던
우리 두사람의 지난 날이 있으니
다가오는 시간에도 항상 행복하리라 확신하면서..^^*
정은2004/07/23
영미야~
아침부터 너무 부러워서 정은인 침 질질~~ ^^
저렇게 자상한 남편... 얼마나 좋아~
그래서 네가 박신양도 이서진도 눈에 안차는구먼~~ㅎㅎ
앞으로도 지금처럼 알콩달콩 행복한 부부의 모습 이어가길 바랄께... ^^*
2004/07/27
정은아..
친정에 있으니 좋지? 부럽다.
내일이면 상경하겠네..벌써 화요일이구나.
모두 결혼전의 이야기.
지금은 아~주 멀게 느껴지는 남의 얘기 같다니깐.
하지만 힘들때 추억이 위로가 된다는 건 인정해야겠지?
